매년 여름이면 전 세계 하이커들의 마음을 설레게 하는 곳, 바로 이탈리아 북동부에 위치한 돌로미티입니다.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으로 지정된 이곳은 그 자체로 거대한 예술 작품과도 같습니다. 첨탑처럼 솟아오른 극적인 바위산들, 에메랄드 빛으로 반짝이는 고산 호수, 그리고 드넓게 펼쳐진 푸른 초원까지, 발길 닿는 곳마다 감탄을 자아내는 풍경이 펼쳐지죠. 특히 여름의 돌로미티는 하이킹을 즐기기에 최적의 시기입니다. 만년설이 녹아내린 계곡에는 야생화가 만발하고, 온화한 날씨 덕분에 비교적 편안하게 자연을 만끽할 수 있습니다. 저 역시 몇 해 전 여름, 돌로미티의 품에 안겨 잊지 못할 하이킹을 경험했습니다. 그때의 감동과 아름다움을 떠올리면 지금도 가슴이 벅차오르는데요, 2025년 여름, 특별한 하이킹을 계획하고 계신다면 주저 없이 돌로미티를 추천해 드리고 싶습니다. 단순한 산행을 넘어, 자연과 깊이 교감하고 삶의 새로운 활력을 얻을 수 있는 곳이니까요. 이곳의 매력에 한번 빠지면 헤어 나오기 어렵다는 말이 괜히 있는 것이 아니랍니다.
돌로미티의 상징과도 같은 봉우리, 트레 치메 디 라바레도(Tre Cime di Lavaredo)를 빼놓고 돌로미티 하이킹을 논할 수 없을 겁니다. 마치 거대한 세 개의 손가락이 하늘을 향해 뻗어 있는 듯한 이 봉우리군은 보는 이를 압도하는 웅장함을 자랑합니다. 제가 추천하는 코스는 아우론조 산장(Rifugio Auronzo)에서 시작해 라바레도 산장(Rifugio Lavaredo)과 로카텔리 산장(Rifugio Locatelli)을 거쳐 다시 아우론조 산장으로 돌아오는 약 10km의 루프 트레일입니다. 전체적으로 경사가 완만하고 길이 잘 정비되어 있어 남녀노소 누구나 비교적 쉽게 도전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약 3~4시간 정도 소요되는데, 걷는 내내 시시각각 변하는 트레 치메의 모습과 주변의 광활한 파노라마는 지루할 틈을 주지 않습니다. 저도 처음 이 코스를 걸었을 때, 눈앞에 펼쳐진 비현실적인 풍경에 한동안 말을 잇지 못했던 기억이 생생합니다. 특히 로카텔리 산장 근처에서 바라보는 트레 치메의 북벽은 그야말로 장관이니, 꼭 시간을 내어 감상하시길 바랍니다. 다만, 고도가 2,300m 이상이므로 고산병에 대비해 천천히 걷고 충분한 수분을 섭취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주차 공간이 협소하니 아침 일찍 서두르거나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신비로운 에메랄드 빛깔로 여행자들을 유혹하는 소라피스 호수(Lago di Sorapis)는 돌로미티에서 가장 아름다운 호수 중 하나로 손꼽힙니다. 파소 트레 크로치(Passo Tre Croci)에서 시작하는 왕복 약 11km, 4~5시간 소요되는 이 코스는 앞서 소개한 트레 치메보다는 약간의 난이도가 있습니다. 특히 일부 구간에는 철제 계단과 와이어 로프가 설치되어 있어 스릴을 즐기는 분들에게는 더욱 매력적일 수 있지만, 고소공포증이 있거나 어린이와 함께라면 주의가 필요합니다. 하지만 이런 약간의 수고로움을 감수하고 호수에 다다랐을 때, 그 영롱한 물빛을 마주하는 순간 모든 피로가 눈 녹듯 사라지는 경험을 하게 될 겁니다. 제가 갔을 때는 햇살의 각도에 따라 호수 빛깔이 미묘하게 변하며 환상적인 분위기를 자아냈습니다. 빙하가 녹아 흘러든 물이 석회암 바닥과 만나 이런 독특한 색을 띤다고 하는데, 마치 동화 속에 들어온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키죠. 호수 주변은 꽤 좁고 가파르니 안전에 유의하며 풍경을 즐기시길 바랍니다. 호수까지 가는 길 역시 숲길과 암석 지대가 번갈아 나타나 지루하지 않으며, 중간중간 뒤돌아보면 멋진 산세를 감상할 수 있습니다. 잊지 못할 인생샷을 남기고 싶다면 소라피스 호수는 최고의 선택이 될 것입니다.
케이블카를 타고 비교적 쉽게 접근할 수 있으면서도 환상적인 파노라마 뷰를 선사하는 곳을 찾는다면 세체다(Seceda)를 강력 추천합니다. 오르티세이(Ortisei) 마을에서 케이블카를 두 번 갈아타면 해발 2,500m의 세체다 정상에 다다를 수 있습니다. 정상에 내리자마자 눈앞에 펼쳐지는 풍경은 그야말로 압도적입니다. 날카롭게 솟아오른 오들레(Odle) 산군과 그 아래로 부드럽게 펼쳐진 푸른 초원의 대비는 한 폭의 그림과도 같습니다. 이곳에서는 다양한 난이도의 하이킹 코스를 선택할 수 있는데, 저는 세체다 정상에서부터 독특한 모양의 피에르롱기아(Pierlongia) 바위를 지나 콜 라이저(Col Raiser) 케이블카 역까지 이어지는 길을 따라 걸었습니다. 약 2~3시간 정도 소요되는 이 코스는 완만한 내리막길이 주를 이루어 비교적 편안하게 걸을 수 있었고, 걷는 내내 사방으로 펼쳐진 돌로미티의 명봉들을 감상할 수 있어 최고의 하이킹 경험 중 하나로 기억됩니다. 야생화가 만발한 초원을 거닐다 보면 마치 알프스 소녀 하이디가 된 듯한 기분도 느낄 수 있습니다. 특히 해 질 녘 세체다의 풍경은 놓치지 말아야 할 절경이니, 시간 여유가 있다면 일몰 시간에 맞춰 방문해 보는 것도 좋겠습니다. 사진 찍는 것을 좋아하신다면 메모리 카드를 충분히 준비해 가시는 것이 좋을 겁니다. 어디에 카메라를 두든 작품이 되는 곳이니까요.
유럽에서 가장 넓은 고산 목초지로 알려진 알페 디 시우시(Alpe di Siusi / Seiser Alm)는 광활한 초원과 그 너머로 병풍처럼 둘러싼 실리아르(Sciliar), 사소룽고(Sassolungo) 등의 웅장한 산군이 어우러져 평화롭고 목가적인 풍경을 자아내는 곳입니다. 이곳은 격렬한 산행보다는 가족 단위의 여행객이나 편안하고 여유로운 하이킹을 즐기고 싶은 분들에게 안성맞춤입니다. 카스텔루토(Castelrotto)나 시우시 알로 스칠리아르(Siusi allo Sciliar)에서 케이블카를 타고 쉽게 접근할 수 있으며, 목초지 곳곳에는 잘 정비된 산책로와 자전거길이 마련되어 있습니다. 저는 콤파치(Compatsch)를 중심으로 가벼운 트레킹을 즐겼는데, 완만한 언덕을 오르내리며 소들이 한가로이 풀을 뜯는 모습을 보고, 아기자기한 산장 레스토랑에서 맛있는 현지 음식을 맛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한 힐링이 되었습니다. 특히 아이들과 함께라면 마차를 타거나 드넓은 초원에서 마음껏 뛰어놀게 하는 것도 좋은 추억이 될 것입니다. 알페 디 시우시의 매력은 뭐니 뭐니 해도 끝없이 펼쳐진 초록의 바다와 그 위로 쏟아지는 햇살, 그리고 맑은 공기입니다. 복잡한 도시를 벗어나 진정한 휴식을 취하고 싶다면, 이곳에서 하루쯤 느긋하게 시간을 보내는 것을 추천합니다. 바쁘게 여러 코스를 섭렵하는 것도 좋지만, 때로는 이렇게 한가로운 시간을 보내는 것이 여행의 또 다른 즐거움이 되기도 하니까요.
아름다운 돌로미티를 안전하고 즐겁게 경험하기 위해서는 몇 가지 준비가 필요합니다. 아무리 쉬운 코스라도 기본적인 준비물은 꼭 챙겨야 하는데요, 저의 경험을 바탕으로 몇 가지 필수품과 유용한 팁을 알려드리겠습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발에 잘 맞는 등산화입니다. 미끄럼 방지 기능이 있고 발목을 보호해 주는 것이 좋습니다. 복장은 레이어드로 준비해 체온 조절이 용이하도록 하고, 갑작스러운 비나 바람에 대비한 방수/방풍 재킷은 필수입니다. 강한 햇볕을 막아줄 모자와 선크림, 선글라스도 잊지 마세요. 충분한 물과 간단한 비상식량(에너지바, 견과류 등)은 항상 배낭에 넣어 다니는 것이 좋고, 만일을 대비한 소독약, 반창고 등의 구급약품도 챙기면 안심입니다. 특히 돌로미티는 고산 지대이므로, 고산병 예방을 위해 물을 자주 마시고 페이스를 조절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돌로미티의 날씨는 매우 변덕스럽습니다. 맑은 하늘이었다가도 순식간에 구름이 몰려와 비가 내리거나 기온이 뚝 떨어질 수 있으니, 항상 일기예보를 확인하고 이에 대비해야 합니다. 대부분의 인기 있는 하이킹 코스는 대중교통(버스, 케이블카)으로 접근이 가능하며, 특히 여름 성수기에는 차량 통행이 제한되는 구간도 있으니 미리 교통편을 확인하는 것이 좋습니다. 산장(Rifugio)에서 숙박하거나 식사를 계획한다면, 특히 성수기에는 사전 예약이 필수입니다. 마지막으로, 우리가 아름다운 자연을 즐기는 만큼 그 자연을 보호하는 책임도 따른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자신이 가져온 쓰레기는 반드시 되가져오고, 지정된 등산로를 이용하는 등 기본적인 에티켓을 지켜주세요. 2025년 여름은 특히 많은 여행객이 몰릴 수 있으니, 숙소나 인기 코스의 케이블카 등은 미리 예약하는 센스를 발휘하는 것이 좋겠습니다.
지금까지 2025년 여름, 여러분의 돌로미티 하이킹을 더욱 특별하게 만들어 줄 몇 가지 추천 코스와 유용한 정보들을 소개해 드렸습니다. 물론 오늘 소개해 드린 곳들 외에도 돌로미티에는 각기 다른 매력을 지닌 수많은 하이킹 코스들이 숨겨져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어떤 코스를 선택하든, 그곳에서 여러분만의 소중한 이야기를 만들어가는 것이겠지요. 거대한 자연 앞에서 잠시 숨을 고르며 복잡했던 마음을 비워내고, 땀 흘려 정상에 올랐을 때의 성취감을 만끽하는 경험은 분명 여러분의 삶에 잊지 못할 한 페이지를 장식할 것입니다. 저에게 돌로미티는 단순한 여행지를 넘어, 삶의 에너지를 재충전하고 새로운 영감을 얻는 곳이었습니다. 2025년 여름, 이 글을 읽고 계신 여러분도 돌로미티의 품에 안겨 자연이 선사하는 위대한 아름다움과 마주하며, 평생 간직할 인생 하이킹의 추억을 만들어 보시기를 진심으로 바랍니다. 분명 기대 이상의 감동과 행복을 느끼실 수 있을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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