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리원반 속 예술 산책, 가나자와 21세기 미술관

목차

  • 첫 만남, 투명한 유리 너머의 설렘
  • 원형의 미학, 경계 없는 소통을 꿈꾸다
  • 빛과 공간의 조화, 유연한 전시를 담다
  • 독립된 전시 공간의 유기적 연결
  • 예술과 일상의 경계를 허무는 '수영장'
  • 다채로운 예술적 경험과 편안한 휴식
  • 건축과 예술, 그리고 도시가 만나는 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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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리원반 속 예술 산책, 가나자와 21세기 미술관

KissCuseMe
2025-05-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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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만남, 투명한 유리 너머의 설렘

일본 가나자와 여행을 계획하면서 가장 기대했던 곳 중 하나가 바로 가나자와 21세기 미술관이었습니다. 세계적인 건축가 유닛 SANAA(세지마 가즈요와 니시자와 류에)가 설계했다는 사실만으로도 건축학도였던 저에게는 충분히 매력적인 장소였죠. 공원처럼 편안하게 다가갈 수 있는 미술관이라는 콘셉트처럼, 실제로 마주한 미술관은 거대한 원형의 유리 건물로 둘러싸여 주변 풍경과 자연스럽게 어우러지는 모습이었습니다. 마치 도시 속에 살포시 내려앉은 투명한 우주선 같다는 첫인상을 받았습니다. 안과 밖의 경계가 모호하게 느껴지는 유리벽 너머로 보이는 작품들과 사람들의 움직임은 미술관에 들어서기 전부터 저의 호기심을 한껏 자극했습니다. 단순히 예술 작품을 감상하는 공간을 넘어, 건축물 자체가 하나의 거대한 예술 작품처럼 느껴졌고, 그 속으로 걸어 들어가는 발걸음은 마치 새로운 세계로 탐험을 떠나는 듯한 설렘으로 가득했습니다.


원형의 미학, 경계 없는 소통을 꿈꾸다

가나자와 21세기 미술관의 가장 큰 건축적 특징은 단연 압도적인 원형 디자인입니다. 직경 112.5m에 달하는 이 거대한 유리 원반은 미술관에 정해진 정면이나 뒷면이 없도록 의도된 설계입니다. 어느 방향에서든 미술관으로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네 곳에 출입구를 배치하여, 마치 공원처럼 누구나 자유롭게 드나들며 예술을 향유할 수 있도록 열린 공간을 지향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개방성은 미술관이 도시와 적극적으로 소통하고자 하는 의지를 보여주는 듯합니다. 내부 역시 이러한 원형 구조를 따라 유기적으로 공간이 연결되어 있으며, 벽면 대부분이 유리로 되어 있어 안과 밖, 그리고 공간과 공간 사이의 시각적인 소통이 끊임없이 일어납니다. SANAA는 이 설계를 통해 관람객들이 고정된 동선에 얽매이지 않고, 마치 도시를 산책하듯 자유롭게 작품과 공간을 경험하도록 유도했습니다. 실제로 미술관 내부를 거닐다 보면, 예기치 않은 곳에서 작품을 마주치거나, 창밖의 풍경과 내부의 전시가 어우러지는 특별한 순간들을 경험하게 됩니다.


빛과 공간의 조화, 유연한 전시를 담다

미술관 내부로 들어서면, 새하얀 큐브 형태의 독립된 전시실들이 눈에 띕니다. 이 전시실들은 크기와 높이가 각기 다르게 설계되어 다양한 규모와 형태의 현대 미술 작품을 유연하게 수용할 수 있도록 계획되었습니다. 각각의 전시실은 마치 섬처럼 흩어져 있지만, 투명한 유리 복도와 열린 공간들을 통해 서로 유기적으로 연결됩니다. 이러한 배치는 관람객들에게 마치 미로를 탐험하듯 자신만의 관람 경로를 만들어나가는 즐거움을 선사합니다. 또한, 천장과 벽면에 설치된 유리창을 통해 들어오는 풍부한 자연 채광은 인공조명만으로는 표현할 수 없는 부드럽고 따뜻한 분위기를 연출하며 작품 감상의 질을 한층 높여줍니다. 빛은 시간에 따라 변화하며 공간에 다양한 표정을 부여하고, 관람객들은 그 속에서 예술과 교감하는 특별한 경험을 하게 됩니다. 특히 인상적이었던 것은 전시실 사이사이에 마련된 작은 안뜰들이었습니다. 이 안뜰들은 잠시 숨을 고르며 외부의 자연을 느낄 수 있는 휴식 공간이자, 또 다른 시각적 즐거움을 제공하는 요소로 작용했습니다.


독립된 전시 공간의 유기적 연결

가나자와 21세기 미술관의 내부 공간은 '화이트 큐브'라 불리는 독립적인 전시실들이 여러 개 분산되어 배치된 형태를 띱니다. 이는 전통적인 미술관의 일방적인 동선 구성에서 벗어나, 관람객이 마치 도시의 골목길을 탐험하듯 자유롭게 공간을 경험하도록 유도하는 SANAA의 설계 의도를 반영한 것입니다. 각 전시실은 크기와 높이가 다양하여, 설치 미술, 회화, 영상 등 다양한 장르의 현대 미술 작품을 효과적으로 전시할 수 있도록 고려되었습니다. 이러한 독립된 공간들은 투명한 유리 복도와 넓은 공용 공간을 통해 서로 느슨하게 연결되어, 답답함 없이 개방적인 느낌을 줍니다. 관람객들은 특정 순서에 구애받지 않고 자신이 원하는 대로 전시실을 선택하여 관람할 수 있으며, 이동하는 과정에서도 유리벽을 통해 다른 전시실의 모습이나 외부 풍경을 엿볼 수 있어 시각적인 즐거움을 더합니다. 이러한 공간 구성은 예술 작품과의 만남을 더욱 풍요롭고 다층적으로 만들어주는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예술과 일상의 경계를 허무는 '수영장'

가나자와 21세기 미술관을 대표하는 작품을 꼽으라면 단연 아르헨티나 작가 레안드로 에를리치(Leandro Erlich)의 '스위밍 풀(The Swimming Pool)'일 것입니다. 이 작품은 겉으로 보기에는 평범한 수영장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물이 채워진 얇은 유리판 아래로 관람객이 직접 걸어 들어갈 수 있도록 설계된 설치 미술입니다. 위에서 내려다보는 사람들은 마치 물속에 있는 듯한 사람들의 모습을, 아래에서 올려다보는 사람들은 물결이 일렁이는 유리 천장 너머로 물 밖의 사람들을 바라보는 독특한 경험을 하게 됩니다. 저 역시 이 작품을 통해 물 안과 밖이라는 상반된 공간에서 서로를 바라보는 신기하고 재미있는 순간을 경험했습니다. 작품은 단순한 시각적 유희를 넘어, 우리가 당연하게 여기는 공간과 인식의 경계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하게 만드는 힘을 지니고 있었습니다. 아이 어른 할 것 없이 모두가 즐겁게 참여하고 소통하는 모습은 현대 미술이 결코 어렵거나 난해한 것이 아니라, 우리 일상 가까이에서 함께 호흡할 수 있다는 것을 느끼게 해주었습니다. 이 작품은 가나자와 21세기 미술관이 추구하는 '열린 미술관'의 가치를 가장 잘 보여주는 상징적인 존재라 할 수 있습니다.


다채로운 예술적 경험과 편안한 휴식

레안드로 에를리치의 '수영장' 외에도 가나자와 21세기 미술관에는 다양한 매력을 지닌 작품들과 공간들이 가득했습니다. 제임스 터렐의 '블루 플래닛 스카이(Blue Planet Sky)'는 네모난 천장이 뻥 뚫려 있어 시시각각 변하는 하늘의 모습을 그대로 작품으로 끌어들인 설치물로, 가만히 앉아 하늘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깊은 사색에 잠기게 했습니다. 올라퍼 엘리아슨의 '컬러 액티비티 하우스(Colour activity house)'는 삼원색 유리로 이루어진 나선형 통로를 따라 걸으며 빛과 색의 변화를 온몸으로 체험하는 즐거움을 선사했습니다. 미술관 곳곳에 설치된 영구 컬렉션들은 건축물과 자연스럽게 조화를 이루며 관람객들에게 끊임없는 발견의 기쁨을 안겨주었습니다. 또한, 미술관 내에는 디자인 숍, 레스토랑, 카페, 도서관 등 다양한 편의시설이 마련되어 있어 예술 감상 외에도 편안하게 휴식을 취하거나 또 다른 즐거움을 찾을 수 있었습니다. 특히 통유리창 너머로 푸른 잔디밭이 펼쳐지는 카페에서의 시간은 여유롭고 평화로운 기억으로 남아있습니다.


건축과 예술, 그리고 도시가 만나는 곳

가나자와 21세기 미술관에서의 시간은 단순한 미술 관람을 넘어선, 건축과 예술, 그리고 도시가 어떻게 조화롭게 공존할 수 있는지를 온몸으로 체험한 소중한 경험이었습니다. SANAA의 혁신적인 건축은 예술 작품을 더욱 돋보이게 하는 배경이 되어주는 동시에, 그 자체로 하나의 완결된 예술 작품으로서 관람객에게 깊은 감동을 선사했습니다. 또한, 미술관이 도시의 공원처럼 시민들에게 열려 있고, 다양한 프로그램을 통해 지역 사회와 적극적으로 소통하려는 노력은 현대 미술관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하는 듯했습니다. 정해진 길을 따라 수동적으로 작품을 감상하는 것이 아니라, 능동적으로 공간을 탐색하고 자신만의 방식으로 예술과 교감하도록 이끄는 이곳의 매력은 오랫동안 기억에 남을 것 같습니다. 가나자와를 방문한다면, 이 특별한 유리원반 속에서 예술과 함께 산책하는 즐거움을 꼭 누려보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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