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카이스트에서 발생한 실험실 폭발 사고 소식은 많은 사람들에게 충격을 안겨주었습니다. 특히 과학 기술 분야의 최첨단을 달리는 연구기관에서 이러한 사고가 발생했다는 사실은 연구실 안전 문제의 심각성을 다시 한번 일깨우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제가 연구실 현장을 직접 경험하며 안전의 중요성을 절감해 온 터라, 이번 사고 소식에 더욱 안타까움을 금할 수 없었습니다. 단순한 사고를 넘어, 우리의 소중한 연구 인력과 미래를 지키기 위해 연구실 안전 시스템 전반을 되돌아봐야 할 시점입니다.
이번 카이스트 실험실 폭발 사고는 지난 6월 4일 밤 9시 52분경 대전 유성구 카이스트 생명화학공학동 5층에서 발생했습니다 . 소방 당국과 경찰은 목격자 진술 등을 토대로 아세톤을 이용한 실험 도중 폭발이 일어난 것으로 추정하고 있으며, 정확한 사고 경위는 조사 중입니다 . 사고 당시 실험실에 있던 20대 여성 연구원이 얼굴과 등, 왼손에 2도 화상을 입는 등 중상을 입고 병원으로 이송되었습니다 . 특히 눈에 유리 조각 등 다수의 파편이 박히는 심각한 부상을 입어 치료에 어려움을 겪었다는 소식이 전해져 더욱 마음이 아팠습니다 . 당시 옆 교실에 있던 학생들은 갑자기 '펑'하는 큰 소리를 들었다고 진술했으며, 사고가 발생한 건물에서는 유독한 냄새가 풍겼다고 합니다 . 약 30분 만에 화재는 진압되었지만 이번 사고는 연구실 안전 관리의 허점을 다시 한번 드러냈습니다.
사실 대학 연구실에서의 안전 사고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닙니다. 2023년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지난 5년간(2018년~2022년) 전국 연구·실험실에서 발생한 전체 사고 1,250건 중 약 60%에 해당하는 758건이 대학에서 발생했습니다 . 대학 연구 종사자 수는 감소했지만 사고 발생률은 오히려 증가하는 추세를 보였습니다 . 이러한 통계는 대학 연구실이 다른 연구기관이나 기업 부설 연구소에 비해 여전히 안전 사각지대에 놓여 있음을 시사합니다 .
제가 연구실에서 활동하며 직접 보고 느낀 바로는, 이러한 대학 연구실 사고의 주요 원인은 복합적입니다. 2019년 연구실 안전관리 실태조사에 따르면, 사고의 절반 이상이 보호구 미착용, 안전 수칙 미준수, 안전 점검 불량 등에 의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 실험 경험이 부족한 학부생이나 신입 대학원생이 유해 물질을 다루거나 위험한 장비를 사용할 때, 충분한 교육이나 관리 감독 없이 진행되는 경우가 발생하기도 합니다. 또한, 연구 성과에 대한 압박 속에서 안전 절차를 간소화하거나 생략하려는 유혹에 노출될 수 있습니다. 대학의 연구실 안전 관리 예산이 삭감되고 연구실 안전 관리 인력이 부족하다는 지적도 꾸준히 제기되고 있습니다 . 이는 대학 본부 차원의 안전 관리 체계 구축 및 실행에 어려움을 가중시키는 요인입니다.
이번 사고와 같은 안타까운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카이스트는 2025년 연구실 안전 보건 관리 계획을 수립하고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 2025년부터 연구실 내 개인 보호구 착용 의무제가 시행되고 있으며, 연구 활동 종사자를 위한 상해 보험 이용 안내도 제공하고 있습니다 . 또한, 안전하고 쾌적한 연구 환경 조성을 위해 '2025년 1차 연구실 안전 환경 개선 지원 사업'을 통해 유해 인자를 사용하는 연구실에 안전 용품 및 설비를 지원하고 있습니다 . 이러한 노력들은 분명 긍정적인 변화이지만, 사고 발생은 여전히 근본적인 문제 해결이 필요함을 보여줍니다.
연구실 안전 환경 조성을 위한 법률에 따라 연구주체는 연구실의 안전 유지 및 관리, 사고 예방에 대한 책임을 지며 연구실 안전 관리 시스템 구축이 중요합니다 . 하지만 실제 현장에서는 연구 활동 종사자의 63%만이 법정 안전 교육 시간을 이수하는 등 교육 이수율이 낮고, 온라인 교육의 실효성에 대한 의문도 제기됩니다 . '10배속' 시청이나 정답지 공유와 같은 편법이 있다는 사실은 교육 내용의 개선과 함께 실질적인 안전 의식을 높일 수 있는 교육 방식 도입이 시급함을 보여줍니다 . 연구실 안전 관리 시스템은 단순히 법적 요구사항을 충족하는 것을 넘어, 연구 활동 종사자들이 위험 요소를 사전에 인지하고 안전 수칙을 철저히 준수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실질적인 도구가 되어야 합니다 .
연구실 안전은 어느 한 개인이나 부서의 노력만으로는 완벽하게 달성하기 어렵습니다. 연구 활동 종사자 개개인의 안전 의식과 책임감, 연구실 책임자의 철저한 관리 감독, 그리고 대학 본부의 적극적인 재정 및 행정 지원이 모두 함께 이루어져야 합니다. 제가 경험한 바로는, 안전 수칙 준수를 '귀찮은 일'이 아닌 '나 자신과 동료를 지키는 당연한 일'로 인식하는 문화가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이번 카이스트 실험실 폭발 사고를 계기로 모든 대학과 연구기관이 연구실 안전 시스템을 전면 재점검하고, 미흡한 부분을 개선하는 데 총력을 기울여야 합니다. 정부 차원에서도 연구실 안전 환경 구축 예산 지원을 확대하고 연구실 안전 관리 시스템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한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할 것입니다. 소중한 연구 인력이 안전한 환경에서 마음껏 연구에 매진할 수 있도록, 우리 모두의 관심과 노력이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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