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6월 10일, 서울 도심 한가운데 자리한 천년고찰 조계사 경내에서 안타까운 화재가 발생했습니다. 한국 불교의 총본산이자 많은 시민과 관광객에게 평화로운 안식처를 제공하는 조계사의 부속 건물에서 발생한 이번 화재는 우리의 소중한 문화유산이 얼마나 취약할 수 있는지 다시 한번 일깨워주는 사건이었습니다. 다행히 신속한 초기 대응으로 큰 피해를 막을 수 있었지만, 이번 일을 계기로 전통 사찰의 화재 안전 문제에 대한 깊이 있는 논의와 대책 마련이 더욱 시급해졌습니다.
조계사는 단순히 종교적 공간을 넘어 한국 근현대사와 함께하며 민족 문화의 구심점 역할을 해온 역사적인 장소입니다. 아름다운 목조 건축물과 수많은 불교 예술품, 그리고 도심 속 자연을 품은 공간은 그 자체로 귀중한 문화유산입니다. 수많은 이야기가 담긴 대웅전과 극락전, 그리고 한국 불교의 역사를 보여주는 유물들은 우리의 과거와 현재를 잇는 중요한 연결고리 역할을 합니다. 이러한 조계사의 가치를 생각할 때, 화재와 같은 재난으로부터 이를 보호하는 것은 우리 모두의 책임입니다.
이번 조계사 화재는 오전 10시 22분경 조계사 경내 불교역사문화기념관에 있는 국제회의장에서 시작되었습니다. 소방 당국은 신고 접수 즉시 대응 1단계를 발령하고 인력 300여 명과 장비 50여 대를 동원하여 진화 작업에 총력을 기울였습니다. 화재는 발생 약 1시간 14분 만에 초진되었으며, 연기가 치솟는 긴박한 상황 속에서도 스님들과 종무원, 건물 이용객 등 300여 명이 신속하게 대피하여 인명 피해는 발생하지 않았습니다. 초기에는 천장 에어컨 근처에서 불꽃이 시작되었다는 목격담도 있었습니다만, 정확한 화재 원인은 조사가 진행 중입니다.
화재가 발생한 불교역사문화기념관은 불교중앙박물관과 인접해 있어 문화재 피해에 대한 우려가 높았습니다. 특히 박물관 내에는 국보, 보물 등 다수의 중요한 문화재가 소장되어 있어 소방 당국은 화재 확산 시 문화재 반출까지도 고려하며 진압에 나섰습니다. 행정안전부 장관 직무대행까지 나서 가용 자원을 총동원하여 화재 진압과 문화재 피해 예방에 최선을 다해 달라고 지시하는 등 정부 차원에서도 심각하게 받아들였습니다. 다행히 주요 사찰 건물이나 박물관의 문화재로 불이 번지지 않아 큰 피해는 막을 수 있었습니다.
조계사를 비롯한 우리나라의 전통 사찰은 대부분 목조로 지어져 있어 화재 발생 시 연소 속도가 빠르고 진압이 어려운 구조적인 한계를 가지고 있습니다. 특히 산림과 인접한 경우 대형 산불로 이어질 위험도 있습니다. 이러한 취약점 때문에 전통 사찰의 화재 예방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습니다. 소방청은 부처님 오신 날을 앞두고 전통 사찰에 대한 화재 안전 점검을 실시하는 등 예방 노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제가 직접 방문하여 보았을 때도 소화기 비치나 안전 수칙 안내 등 기본적인 예방 노력들이 이루어지고 있음을 알 수 있었습니다.
최근에는 전통 사찰의 화재 안전을 강화하기 위해 자동 화재 탐지 설비나 CCTV 설치 등 현대적인 안전 시스템 도입이 논의되거나 추진되고 있습니다. 또한, 사찰 관계자들을 대상으로 한 소방 훈련과 교육도 병행하여 초기 대응 능력을 높이려는 노력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시스템과 노력만큼 중요한 것은 사찰을 방문하는 우리 각자의 경각심과 주의입니다. 촛불 사용이나 흡연 등 기본적인 안전 수칙 준수만으로도 화재 위험을 크게 줄일 수 있습니다.
이번 조계사 화재는 불행 중 다행으로 큰 인명 및 문화재 피해 없이 마무리되었지만, 언제든 다시 발생할 수 있는 위험을 상기시켜 주었습니다. 우리의 소중한 문화유산을 화재로부터 안전하게 지키기 위해서는 정부와 사찰, 그리고 시민 모두의 지속적인 관심과 노력이 필요합니다. 정기적인 안전 점검과 시설 보강은 물론, 화재 발생 시 신속하고 체계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훈련과 시스템을 더욱 강화해야 합니다. 조계사가 앞으로도 오랫동안 한국 불교의 중심이자 문화유산으로 보존될 수 있도록 우리 모두 함께 힘써야 할 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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